웰니스, 니스보다 푸르다!! 남도에서 만나는 낯익은 이국적 풍경들
전동* 님 ・ 2021-07-01

멀리 가는 것보다 같은 곳, 가까운 곳을 여러 차례 찾는 것이 우리 가족의 여행 습관이다. 큰맘을 먹고 북유럽 여행을 결심하였지만, 여행 목전에 코로나19에 막히고 말았다. 그때 맺어진 링크&리브와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인 ‘웰니스’를 우리 부부는 함께 할 수 있었다. 그러나 이름이 “웰니스(Well Nice)!”라니. 좀 과한 것은 아닌가?
웰니스 하나 – 니스보다 푸르게 푸르다

선암사의 하늘은 니스의 바다보다 푸르다. 하늘과 산과 지붕이 이토록 자연스럽고도 푸르게 어울린 풍경이 또 있을까. 이렇게 푸른 하늘을 매번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,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.
웰니스 둘 – 니스보다 집요하게 푸르다

삼성궁은 우리의 민속 혹은 민족 종교와 연관이 깊다. 개인적으로 이런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다. 그런데 삼성궁은 이런 선입견을 금세 풀어놓게 만든다. 이 높은 곳에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뜻을 모아 하나하나 손으로 파고 쌓아 만든 것이라니! 종교를 떠나 그 정성에 감복하지 않을 이는 드물 것이다. 삼성궁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길, ‘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’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.
웰니스 셋 – 니스보다 시(詩)처럼 푸르다

전라 좌수영 여수에서 출전하여 임진년에 이순신 장군은 5번의 전투를 모두 승리한다. 가장 결정적인 전투가 한산대첩이다. 한산도 해전에 출진했을 때 여수 사람들은 모두 가슴을 졸이며 소식을 기다렸다. 그때 여수에서 가장 높은 산에서 종소리가 울렸다. 이어 승전보가 전해졌다. 그 산은 ‘종고산’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게 되었다. 이순신 장군은 나라의 곡창인 호남을 방어하기 위해 통제영을 한산도로 옮긴다.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은 바로 한산도-여수(한려) 바다를 잇는 해상국립공원이다. 이 해상에서 여전히 가장 푸르고 뜨겁게 일렁이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다. 세계 해전 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거둔 장군의 일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. 세상에서 이렇게 글을 잘 썼던 장군이 있으면 나와 보시오!! 임진왜란의 승리는 칼의 승리가 아니라 붓의 승리가 확실하다. 한산도 제승당 수로에 서면 애국심보다는 시심이 먼저 일어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.
웰니스 넷: 니스보다 간절하게 푸르다

통영 미륵산 정상에는 미륵불을 모신 미래사가 있다. 이곳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오를 수 있다. 물론 정상까지는 조금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. 우리나라에서 영험하다고 이름이 높은 기도 도량은 험준한 바위산 정상에 있다. 그곳에 오르는 정성만으로도 하늘도 바다도 사람도 감동시키기에 충분할 것 같다. 이번 여행에는 우리나라 4대 기도 도량으로 꼽히는 남해금산의 ‘보리암’과 여수 돌산 영구산의 ‘향일암’이 포함되어 있다. 이곳에서 진지하게, 간절하게 기원을 드렸던 이는 링켄리브의 대표이시다. 그의 기원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니스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는지, 유럽 사람들이 니스 못지않은, 혹은 니스보다 좋은 남도의 바다에 많이 올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는지는 끝내 물어보지는 않았다. 둘 다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여행으로 여유로워진 마음을 우리 부부는 조금 보탰다.
웰니스 다섯: 니스보다 도란도란 푸르다

엑스포 덕분에 여수는 관광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. 호텔의 수준이 높아진 것도 눈에 띈다. 웰니스 여행의 마지막 밤은 소노캄호텔&리조트에서 보냈다. 포도주를 한 잔 마신 아내는 가천 다랭이 마을 푸른 바다에 취해 먼저 잠이 들었다. 나는 호텔 808호에서 포도주를 한 잔 가득 채워 바다 쪽으로 바짝 다가앉는다. 북신항의 검은색 등대와 엑스포항의 노란색 등대와 오동도의 하얀색 등대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이 반짝인다. 위험해! 안전해! 이쪽으로 오면 안 돼! 여기야 이쪽이야! 신난 고난 인생사를 나누는 자리에 살짝 끼어들고 싶다. 웰니스 마지막 밤, 검정∙노랑∙하양 등대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니스보다 딱 하나 부족한 것은 손에 들린 레드와인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.
이제 우리 부부에게는 니스를 가보는 것이 남았다. 낯익은 남도의 풍경을 낯선 이국의 풍경처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‘링켄리브’ 여행 디자이너들의 탁월함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. 나는 여전히 멀리 떠나는 것이 어렵고, 두렵다. 그러나 이국의 풍경을 낯익은 남도의 풍경처럼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능력 또한 ‘링켄리브’의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. ‘남프랑스 여행’을 손꼽아 기다린다.
(김향미∙전동진)